우여곡절 많은 재계의 광복절 사면 청원

 곧 있으면 광복절입니다. 사람들은 올림픽을 기대하고 있지만 광복절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건국 60주년을 맞아 정부가 광복절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 청원을 하고 있는 재계 단체들도 분주해졌습니다.

 지난달 23일 제주도에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주포럼을 열었습니다. 손경식 회장은 24일 기자단과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열었지요.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광복절 특사(특별사면)'로 이어졌습니다. 손 회장은 "매년 광복절을 맞이해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을 건의해 왔는데 이번에도 빠르면 내주 중으로 건의한다"고 이 자리에서 말했습니다.

 그러자 대한상의 관계자가 부연설명을 시작했지요.기자수첩에 적은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70여명을 청원해 7~8명이 사면됐다. 이번에는 117~8명을 추천할 것이다. 지난 사면 이후 형이 확정된 사람을 포함할 것이다. 최태원 회장도 포함될 수 있다."

(사실은 이렇습니다.대한상의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사면을 청와대에 건의했습니다. 추천된 기업인들은 75명이었습니다.이 가운데 11명이 올 1월 노무현 정부의 결정으로 사면이 됐습니다. 당시 재계가 추천한 기업인을 포함해 사면된 기업인은 모두 21명입니다. 아래 표 참조)




"말 못할 속사정 때문에..."

하지만 26일자로 나간 기사들은 모두 100여명이 아닌  "재계가 기업인  70여명을 사면건의 한다"로 썼습니다. 만찬 이후 대한상의에서 공식적으로 70여명으로 알렸기 때문이었지요.
지난 5일 사면신청 경과를 물어보기 위해 대한상의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담당자는 "사면 추천 대상은 100여명"이라고 말해줬습니다. "무슨 이유로 지난번에 밝힌 것 보다 추천인이 늘어난 것이냐"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이랬습니다.

"특별히 늘어난 것은 없다. 다만 다른 경제단체에서 추천하는 기업인 명단을 받아 적격자를 가릴 예정이고 이번에는 중소기업인들이 다소 포함된다."
 

 "기업인 사면 건의 했나 안했나"
6일 다시 대한상의 관계자와 통화를 했습니다.사면 신청이 언제 이뤄지느냐를 묻기 위해서였죠. 담당자는 대답을 꺼렸습니다. "이번 주 안으로 한다"는 말만 반복했지요. 다른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미 했다"는 답이 왔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이랬습니다.

 재계 단체가 기업인 사면 신청을 언제 몇명을 했느냐를 밝히기가 껄끄럽다는 겁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자처하고 나선 새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로 민심을 잃은 상황에서 기업인 사면까지 한다고 하면 여론이 악화될까 우려된다는 거였습니다. 기업인 사면을 두고 시민단체나 일부 언론이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부패 기업인들에게 막무가내로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 재계가 나섰다는 인상을 심어줄가 두려운 것이었지요.

그래서 청와대의 사면 작업 실무를 맡은 법무부에 기업인 명단을 넘겨주고 청와대에 접수하는 정식 신청은 아직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으로 따지자면 '건의 한 것'이지만 형식상으로 따지면 '건의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사면 신청을 물어오는 기자들에게 "사면 건의를 안했다"고 답해줬다는 겁니다.


반대를 두려워 마라
사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재계의 몫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건의'를 할 뿐이지요. 기업인 사면 요청에 칼자루를 쥔 것은 대통령이고 정부입니다. 그래서 사면에 따른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도 대통령이고 정부입니다.
건의를 하는데에도 비판과 비난을 우려해 기업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준다고 자처하고 나선 재계가 건의 여부를 쉬쉬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사면권을 휘두르는 것도 아닌데 비난이 두려워 몇명을 언제 사면건의 하느냐도 말 못할 정도라면 기업대변의 존재가치가 무색해지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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