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택 삼성SDI 사장이 지난달 29일 수원사업장에서 직원들과 도시락을 나눠먹고 있다.)

 

 

 

"도시락 나눠먹는 CEO"

 

삼성특검이 시작된 후로 삼성계열사 사장들은 외부에'드러나는' 행사에 참석하는 일을 줄였다.쓸데 없는 구설수에 오르는 일을 줄이기 위해서였다.삼성특검과 이건희 회장의 퇴진선언 이후, 계열사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김순택 삼성SDI 사장이 바깥바람을 쐤다.

 

김 사장의 행사에 눈이 가는 이유는 하나.그룹 해체에 따른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행사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사장직 유지가 가능하다는 자신감 때문이 아니냐는 설도 있었지만, 이번 그의 행보에는 다른 이유가 깔려있었다.

 

"직원들이 살아야, 나도 산다"

그가 삼성SDI 사장직에 오른 것은 2001년.삼성SDI는 당시 '잘 나가는' 계열사 중의 한 곳이었다.그러던 회사가 지난해 초부터는 적자의 길에 빠져들었다.적자의 원인은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LCD(액정디스플레이)에 밀려 TV 시장에서 PDP 사업이 뒷걸음질을 치면서 10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보기 시작한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가을부터는 삼성이 특검을 받기 시작했다.악재는 끝나지 않았다.특검 발표가 끝나자 삼성의 사령탑으로 불리우던 그룹이 해체됐다.

 

격동의 시기.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되는 시점에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였다.그동안 부족했던 직원들과의 대화를 늘리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김 사장이 택한 것은 도시락. 수원사업장에 영산홍이 활짝 피던 지난달 29일 김 사장은 도시락 데이를 열었다. 1시간 30분 동안 도시락과 아이스크림을 나눠먹은 김 사장은 천안사업장에서는 '비빔밥 데이'를 열자고 했다. 부서별로 돌면서 밥을 나눠먹고 멀었던 직원과 경영진간의 사이를 좁혀보자는 취지였다.

 

삼성SDI는 "올해 안에 흑자전환"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지난해 의욕적으로 시작한 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이 휴대폰에 들어가는 소형 인치대를 중심으로 성장 중이고, 노트북 등에 쓰이는 배터리(2차전지) 사업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PDP 사업에서도 대형 인치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올해 안에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게 삼성SDI의 자신감이다. 외부 변화에 굴하지 않고,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나선 김순택 사장의 올해 경영을 눈여겨 봐야겠다.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자"

김 사장은 매달 CEO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내왔다.이번달 주제는 '무소의 뿔'.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앞서 나가자는 당부와 격려의 마음을 담았다. 이하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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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직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초록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5월은 감사와

휴식이 풍성한 달입니다. 이 편지를 읽으실 때면 생산을 위해 근무하는

분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임직원들께서는 5일 동안의 긴 연휴를 보내고 오

셨을 텐데 충분히 재충전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길을 걷다보면 이마에 제법 땀이 배어나올 정도로 날씨가 무척 따뜻해

졌습니다. 저는 그동안 사업장에 활짝 핀 진달래와 벚꽃을 보며 활력을

얻곤 했습니다. 마음은 비록 많이 바쁘고 급하겠지만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시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 흔들리지 말고 맡은 소임을 다 합시다

 

 얼마 전 우리는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충격과 변화에 우리 모두 당황스

럽고 염려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룹과 회사에 많은 어려움과

큰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우리 스스로의 당당함으로 대처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가 분명하다면 주위의 흔들림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그 상황

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정당성은 오직 행동과

결과가 밝혀 줄 뿐입니다.

 

 구차하게 내가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습

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결과를 일구어 냅시다. 옳은 일에는 항상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상심하거나 두려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처럼 혼란할 때 일수록 절대로 동요하지 말고 자신의 위치에서 굳건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에게는 여러 번의 크고 작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낸 불굴의

DNA가 있습니다. 저는 이번 위기 또한 우리 SDI가 진정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한층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춥시다

 

 불교 최초의 경전인 <수파니파타>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뜻을 풀이해보

면 혼란스런 주위환경의 유혹과 어떤 어려움에 굴복하지 말고, 게으름 없

이 묵묵히, 한 방향으로 용맹정진(勇猛精進) 하라는 뜻이지요. 요즈음 우리

에게 정말 필요한 글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요즘처럼 안팎의 경영 환경이

불안정할 때 일수록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을 절대로 잃어서는 안되며, 전

임직원이 일심동체가 되어 강력한 추진력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자신을 믿고 동료를 믿고 회사를 신뢰하면서 변화에 정면 승부합시다.

변화된 환경에 완벽히 적응할 뿐만 아니라 역으로 우리가 환경을 변화시

킬 수 있는 강력한 체질을 구축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보란 듯이 이겨냅시

다! 어느 순간 우리는 초일류에 한발 더 다가서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 경영이 점차 호전되고 있어 우리의 미래는 밝습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뛰어 봅시다! 저는 SDI의 탄

탄한 저력과 임직원들의 굳은 의지를 믿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마음, 결연한 각오로 동참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 근로자의 날, 임직원께 감사드립니다

 임직원 여러분! 오늘 1일은 근로자의 날입니다. 회사의 재도약을 위해

불철주야 땀 흘리시는 임직원 모두에게 편지로나마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화창하고 상쾌한 봄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강과 안전에 각별히 유의

하시면서 가족들과 정겨운 시간을 보내시는 마음의 여유를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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