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김기자, 부동산을 보러가다]

 

오늘의 교훈-"급매물은 어디에나 있다."

 

5월 5일 어린이날. 현장학습을 나서기로 했다.

국민은행 매물에서 찾은 4개 장소가 그 대상. 출발전에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오늘의 매물은 개봉역 인근의 삼환아파트.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평당 1000만원이 안된다"는 저가매물이었기 때문.

 

부동산이 안내한 매물은 삼환아파트 3층에 위치한 43평짜리였다. 집 주인이 은평뉴타운에 당첨돼 나가기 때문에 급매물로 나왔다고 했다. 값은 4억1000만원. 지은지 12?년 된 아파트라 입주하려면 여기저기 손을 봐야 했다.

 

둘러보고 나가려는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정말 "급한" 매물이라고 했다. 같은 아파트 7층에 있는 43평대 아파트로 값은 3억8500만원. 귀가 솔깃했다. 부동산 업자를 쫓아 아파트를 둘러보기로 했다. 들어가보니 전에 봤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요즘 유행한다는 '포인트 벽지'로 치장을 잘 해 놓은 데다 화장실(2개)  타일을 모두 새로 했다. 샤워실엔 커다란 장미 모양을 넣어놨고, 부엌에는 홈바도 마련해놨다. 부동산 업자는 "인테리어에 2000만원은 족히 들인 집"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이 매물 놓치면 평생 후회한다"는 말과 함께.

 

40평대 아파트가 3억원대라니. 너무 놀라웠다. 전세(1억4000~7000만원선)을 끼면 아파트 매입가격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아질 수 있었다. 귀가 솔깃했다. 지금 당장 들어가 살 정도로 손색이 없을 만큼 깨끗하게 차려놓은 내부 인테리어도 마음에 쏙 들었다.

 

그 집을 인수하는 조건은 이랬다.

현금 2억원을 5일 안에 내어줄 것.동시에 등기를 넘겨받고, 집에 얹혀있던 은행 빚을 떠앉는다. 집 주인에게는 전세계약을 써준 뒤, 나중에 잔금을 치를 때 전세를 없앤다.

 

사정을 들어보니 이랬다. 중소기업 사장을 하는 집주인이 회사가 어렵게 돼 집이 넘어가게 생겼단다.다급해진 주인은 8000만원짜리 전셋집으로 옮겨가면서 전세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집을 급하게 내놨단다.

 

 

(1번출구 쪽 삼환아파트. 역에서 도보로 5분거리에 있다)

 

부동산 업자들은 "지금이라도 계약을 하라"고 독촉했다. 호재도 있다고 했다.집 앞을 지나는 남부순환로가 지하로 들어가는 공사를 한다는 것.또 한번 귀가 팔랑했다.요즘 시세가 4억5000만원은 족히 하니, 인테리어까지 포함하면 앉아서 5000만원은 넘게 버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집을 사기 전에 현지인에게 물어볼 것"

너무 솔깃했다. "Too Good to be True" 였다. 처음 본 집에 너무 솔깃해 하자 부모님이 그 동네 사시는 지인으로부터 "시멘트 공장이 있다"는 말씀을 들으셨다며 말을 건네주셨다.

아니, 이런! 다음날 다시 부동산업자에게 물었다. 업자 말이 "시멘트 공장이 곧 나간다"는 것. 앞 도로 사정도 나아지고 시멘트 공장까지 나간다니! 이런 호재가! 다시 귀는 팔랑거렸다.

 

(실제로 아파트 바로 뒤에 철로가 있고 철로 바로 뒷편에 한일시멘트가 위치해 있다.부동산 업자 말을 그대로 믿고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급한 매물일 수록 나쁜 점은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믿기가 어려워 다음날 시멘트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시멘트 회사 말은 이랬다. "전혀 계획에 없습니다"라고. 아쉬웠다. 그래서 다시 구청에 전화를 걸었더니 구청 직원이 "나갔으면 좋겠다 싶어 구청장도 민원을 넣고 있지만 사기업을 나가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는 말을 건네줬다. 부동산에서 '호재'라고 말했던 도로사업을 확인해보고 싶어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구청 홈페이지는 꼭 확인하세요."

구청에 올라온 도로개발은 이랬다. 부동산에서 큰 호재로 꼽은 도로개발은 지하로 들어가는 것 이외에 큰 장점은 없었다. 지하로 들어가는 부분은 총 1.7km. 큰 공원이 들어설 것이라는 지역 구간이 1.7km 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구청이 밝힌 개발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정리를 해보면 이 매물은 이랬다.

 

1.아이가 있는 실수요자(입주해서 살 사람)이라면 꺼리는 것이 맞다. 역에서 가깝고 집 앞에 작은 공원도 생기지만 집 뒤에 시끄러운 철도가 지나가고 시멘트 공장이 있어 건강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2.투자 목적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수익(보유기간 내 기대수익)을 내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구로구와 같은 지역에서의 대형매물(40평대 이상)은 매수자가 많지 않다. 다시 말해 값이 오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세를 놓기도 쉽지 않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매물은 20~30평대였다. 

매수자가 있어야 집이 팔린다. 집 값 역시 매수자 없이는 오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뒷 이야기

당장 오늘이라도 가계약금을 걸지 않으면 누군가 계약해버릴 것이라고 떠들어댔던 이 집은 결국 어떻게됐을까?

 

집을 보러 갔다 온지 2주일 뒤에도 "살 의향이 있느냐"는 전화가 걸려왔다. 뿐만 아니다. 급 매물이라고 했던 첫번째 집(3층짜리)에서도 돈을 3억원대로 낮춰줄테니 집계약을 하자는 전화가 걸려왔었다.

 

이렇게 썼다해도 이 매물에 대한 편견은 갖지 않길 바란다. 역세권에 도로개발,저가의 메리트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일시멘트 윗쪽에 있는 구치소가 나가면서 공원과 아파트 단지로 변신하는 것도 좋은 호재다. 또 누가아는가. 한일시멘트가 당장 내일 나가겠다고 발표해 집 값이 천정부지 솟을지.

 

아직도 인테리어를 잘 해 놨던 사장님 집이 눈앞에 어른 거린다.

그 매물 포기, 잘 한 걸까? 못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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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와 에스 | 2008/05/19 10:41 | DEL | REPLY

김현예 기자 발품 부동산 재미있네요.독자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듯하오.
미스라잇 | 2008/05/19 18:18 | DEL | REPLY

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좌충우돌하는 사람의 케이스 정도로만 읽혔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습니당. ^^
안지 | 2008/06/13 00:04 | DEL | REPLY

좋은 정보 잘봤습니다..
부산하고 집값차이가 엄청나네요.. -_-;;
God-Raja | 2008/06/13 02:22 | DEL | REPLY

너무 좋은글이라서 댓글 안달고 갈수가 없네요.
잘읽고 갑니다. 즐겨찾기 등록해놓고 계속 새 글 확인해야 겠네요.
요지는 뭐든지 의심해본다음 정보를 종합하여 냉정하게 생각하자 정도?
짧고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거네요ㅎㅎ
트래비스 | 2008/06/13 10:48 | DEL | REPLY

제가 얼마전 삼환옆의 두산아파트를 보러 갔었습니다. 저는 9층이었는데 한일시멘트 부지가 그대로 보이더군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 처럼 시멘트 공장 이전 소식도 없고, 남부순환로 지하화 된다고 해도 진입로 자체가 삼환이나 두산은 한곳 뿐이라 여러모러 불편해 보였습니다. 참고 하시길.
ka315 | 2008/06/13 11:23 | DEL | REPLY

그 근처에 살고 있고 그곳에서 몇년 살았지요 그곳 생각보다 매우 시끄럽지요 미련은 남지만 계약하지 않은 것 후회는 마세요.
미스라잇 | 2008/06/13 13:51 | DEL | REPLY

오늘자 일부 보도에 보니 소형평수대의 개봉동 일대 아파트는 값이 조금 올랐더라구요. 구로같은 지역은 소형평수(20평대)로 접근하는 것이 지나고봐도 옳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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