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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GE 꿈꾸는 임종욱 부회장

작년 이맘 때였습니다. 산업부로 발령이 난 뒤 처음으로 만난 CEO가 임종욱 부회장이었지요. 당시 임 부회장은 처음만난 기자인 저에게 GE 이야기를 한참 풀었습니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의 경영철학에 관한 것들이었는데, 그땐 왜 그렇게 무심코 넘겼었을까요. 지나고 보니, 그때 왜 그렇게 임 부회장이 이멜트 회장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돌아보지 않는다"

첫 마디가 이랬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돌아보지 않는다"고.
임 부회장을 만나 이야길 진득히 들어본 것은 몇번 되지 않지만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 드는 마음은 매번 같았습니다.투자자의 마음을 갖춘 전문 경영인이다,라고.

이번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미쳐 다 쓰지 못한 뒷이야기가 남아서입니다. 아무래도 지면은 한정이 돼 있다 보니, 기사로 전해줄 기사의 우선순위와 기자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우선순위가 다릅니다.

이번에 만난 임 부회장은 10년 뒤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5년 먹거리는 본인이 마련할 수 있지만 10년 뒤는 후학들의 몫이라는 것이지요. 한시간 반여에 걸친 인터뷰 가운데 자주 언급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주주'였습니다.

기업 인수합병(M&A)를 적극적으로 하다보니 어느덧 계열사가 손가락으로 다 세지 못할 만큼 늘었답니다. "성장의 욕심과 리스크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게 되었다는군요. 고성장을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와 경영이 필요하지만, 그에 따른 위험도 커지기 마련이죠. 그는 균형점을 '아이디어'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바로 금융,이죠.

그가 첫 금융사업,이란 말을 꺼냈을 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퍼뜩 든 생각은 증권사나 은행같은 것이었지만, 그가 그린 큰 그림은 조금 달랐습니다. '금융을 활용한 사업'이 그가 노리는 금융사업이라는 거죠. GE가 캐피탈을 만든 것이 그에겐 아이디어가 됐나 봅니다. 최근에 대한전선이 인수한 TEC건설(명지건설),남광토건은 목돈이 들어가는 건설회사들입니다. 프로젝트파이낸싱과 같은 거대한 금융 프로젝트가 필요하죠. 거꾸로 부동산 개발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큰 돈을 빌려와야 하는데 여기에는 '신용'이 필요합니다.

임 부회장이 착안한 1단계 금융 사업은 신용도가 좋은 대한전선을 이용하는 일입니다. 대한전선이 만든 부동산 프로젝트라면 금융회사들도 주저없이 돈을 빌려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광토건이나 명지건설도 쉽게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게 조금 더 나아가면, 대한전선이 만드는 부동산 투자회사가 되고 증권회사나 은행회사로도 영억을 뻗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대한전선은 얼마쯤해야할까요?
함부로 적기 어렵지만, 최근 대한전선이 전환사채(CB)를 발행했습니다. 어려움 없이 전환사채 발행에 성공했는데 전환가격이 8만3000원대랍니다. 지금 주가인 4만7000원대(지난주 기준)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많이 나지요. 임 부회장은 "마음 같아서는 우리 회사 주가가 10만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침없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높은 부채비율, 걱정없다
대한전선의 부채비율은 200%에 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돈을 많이 빌려다 여러 회사들을 인수했기 때문이지요. 걱정도 할 만한데, 그는 "아무런 걱정마라"고 합니다.그가 든 이유는 이렇습니다.빌린 돈은 모두 투자가 돼 있는데 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수익성 자산에 돈이 들어갔으니, 더욱 염려할 것이 못된다는 거죠. 500억원은 신한지주에 들어갔습니다. 주식으로 가지고 있죠. 신한의 경영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니 은행업이 호조세로 돌아서면 대한전선은 덩달아 콩고물을 거두게 됩니다. 또 다른 것은 부동산입니다. 그간 대한전선이 사들인 부동산들의 수익률은 15%에 달한다네요. 배 가까이 오른 것도 있습니다. 지난해 초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호텔을 두채 400억원에 샀는데 일년 사이에 값이 배로 뛰었답니다.그 밖의 해외 리조트들은 단품?으로 팔아도 손색없이 팔 수 있는 것들이라고 하니, 그의 말을 빌리면 '걱정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일년에 열두번 출장가는 CEO
올초였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지분인수와 같은 공시가 뜨는 대한전선이 신기해 임 부회장의 일정을 체크해봤습니다. 그는 한달에 한번씩은 출장을 다닙니다. 일전에 물어보니 "이곳저곳 돌아보는데 부동산을 많이 본다"는 말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중남미에 다녀왔습니다. 에너지 사업에 관심이 많아 그쪽으로 유망한 곳이 있는지 둘러봤다고 합니다.


임 부회장은 쥐띠입니다. 올해로 환갑이 되는 셈이죠. 그런 그가 "내년에 가시화된다"고 공언한 금융업, 어떻게 진행시킬지 기대가 됩니다. 아, 그러고 보니 경사도 있습니다. 7월초에 큰 따님이 결혼을 하신답니다. 사위가 맘에 드시냐고 물었더니, 해맑은 웃음으로 넘어가시더군요. 평소엔 불호령을 잘 내리는 부회장님도, 사위 이야기엔 웃음꽃을 피워내더군요. 미리미리, 축하를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