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공장 사세요~"

14일 오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하이닉스 김종갑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하이닉스를 이끈지가 이제 일년이 넘었는데, 요즘은 끝갈 데 없이 떨어지고 있는 반도체 값 때문에 속앓이 중입니다.


요즘 뭐가 고민이시냐라고 물었더니 되레 웃습니다. 낸드플래시 시장이 특히 안좋아서 200mm  웨이퍼(반도체 주원료가 되는 것으로 실리콘으로 만듭니다)를 사용해 만드는 낸드라인을 멈춰세웠더니 업계에선 "그럼 D램 업체로 회귀하는거냐"고 하더랍니다. 김 사장은 "올해는 41나노를 중심으로 낸드플래시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힘줘 말하더군요. 시장이 안좋아서 연구개발을 많이 줄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투자는 줄여도 연구개발비는 안줄이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투자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안색이 조금 변합니다. 김 사장은 내년도에는 1~2조원 수준으로 투자를 진행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있는 생산라인을 유지,보수하는 수준으로 가져간다는 말이지요. 수조원이 들어가는 신규 투자 없이 지금 가지고 있는 살림살이만 알뜰살뜰 보살며 한해를 견뎌낼 요량이랍니다.

미국 유진공장 파는 사연

하이닉스는 2003년 위기를 한 번 겪었습니다. 전기세도 내지 못할 정도로 살림이 좋지 않았지요. 연구원들은 이를 악물고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에 목을 맸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하이닉스는 생산성을 높이고, 지금 가지고 있는 제품 믹스 중에서 사업성이 있는 분야에 집중해 수익을 내볼 계획이라고 합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하이닉스는 자금 확보를 위해서 미국에 있는 유진공장 매각을 진행 중입니다. 김 사장은 "관심을 보이는 여러 업체와 이야기를 진행 중"이라는 수준의 말만 살짝 흘렸습니다. 국내에 있는 다른 200mm 라인의 장비도 매각 이야기를 하고 있다네요. 하지만 이것들로 해갈은 되지 못할 것 같아 자금확보 방안을 여러 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하이닉스는 2등 기업입니다. 반도체에 있어서는 큰형 격인 삼성에 1등 자리를 내주고 있지요. 주목받는 1등과 달리 2등은 늘 견줘보고 달려야 하는 운명이라 더욱 치열하게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주주협의회에서는 하이닉스를 매각하려하는 움직임도 있고, 반도체 시장은 바닥을 알 수 없이 떨어지집니다. 하이닉스에 우호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요소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그래도 김 사장은 웃습니다. 더한 어려움도 잘 견뎌냈던 하이닉스의 진가를 발휘해 주길 바라겠습니다.

'위기설' 딛고 전환사채(CB)발행 성공한 하이닉스

9월 위기설이 시장에 공포심을 불러오기 전인 지난 6월. 하이닉스가 유동성 위기설에 휘발렸었습니다. 자금이 없어서 해외시장에서 CB발행을 하려 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하염없이 떨어졌지요. 그것도 잠시. 하이닉스가 해외시장에서 CB발행을 포기하고 국내에서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시장은 더욱 냉골로 흘렀습니다. "유동성 위기가 사실인가"라는 말이 기자들 사이에서도 왕왕 들릴 정도였으니까요.

"5000억 CB발행에 성공했다"


어제였습니다. 600억원 유상증자에 계열사들이 참여한다는 소식이 시장에 흘러나오자 동부그룹주가 일제히 추풍낙엽처럼 떨어졌지요. 하이닉스에 이어 금호아시아나-두산-동부에 동양그룹까지 '내용'보다는 '소문'에 휩싸여 주가가 일렁였습니다.

전환사채 청약 마감일인 오늘. 오전 중에 걱정이 들어 하이닉스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하이닉스 홍보팀이 "걱정말라"고 합니다. 왜였을까요. 청약이 미달되더라도 신영증권과 산업은행이 총액을 인수해주겠다는 선약이있었다고 합니다. 소위 '믿을 곳'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마감시간이 닥쳐오면서 슬슬 걱정이 됐습니다. 속으로는 '위기설' 공포에 휩싸인 시장이 하이닉스를 돌아봐줄까 싶었지요. 마감이 지나 홍보실 관계자와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말이 이렇습니다. "발행 주관사의 마무리 집계가 남았지만 전액 발행에 성공했습니다."

5000억원 어치의 CB를 사들인 사람들은 하이닉스의 무엇을 봤을까요. '설'에 솔깃해 투매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던 걸까요? 막연한 공포심리에 휩싸여 매수 버튼을 누르기 보다는 차분히 앉아 정보를 분석하고 맥을 읽어내는, '든든한' 시장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하이닉스 반도체 치킨게임 승부전략은 '제휴'

미국 반도체 가동 중단 그 후
D램 시장 2위를 고수하고 있는 하이닉스가 심상치 않습니다. 미국에 있는 유진공장 가동을 9월에 중단하고 나면 그곳을 어쩌려나 싶었지요. 유진공장은 200mm 크기의 웨이퍼를 사용해 반도체를 만들었는데 생산성이 300mm 웨이퍼를 사용하는 곳보다 떨어지는게 문제였습니다. D램 값이 지난해 초부터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하이닉스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200mm 라인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공장에서 일하던 인력은 모두 1100여명.이 사람들은 지금 '잡페어(Job Fair)'를 열고 있습니다. 9월부터는 직장이 없어지기 때문이지요. (미국은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더니 갑작스런 공장 중단에도 잡음은 그닥 들리지 않는걸 보니 그 말이 맞나 봅니다. )

하이닉스의 옵션은 세가집니다. 하나, 공장 부지와 건물, 장비를 모두 판다. 둘, 생산라인을 기존에 생산하고 있는 다른 제품 생산라인으로 대체한다. 셋, 신규사업을 미국공장에서 진행한다.

하지만 9월부터 직원들이 다 빠져나가고 나면 한동안은 빈 공간으로 놀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닉스의 대안 가운데 2가지는 기존 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현장 직원들이 모두 구직에 나섰기 때문에 쉽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이지요. 현장에 근무하던 150명의 한국인 인력들도 9월에 모두 귀국한다니 첫번째 매각안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하이닉스의 전략은?
김종갑 하이닉스 반도체 사장이 온 뒤 크게 바뀐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제휴'입니다. 심지어는 경쟁업체인 삼성과도 연합전선을 형성하며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하기로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지요. 하이닉스로부터 전략적 제휴 체결현황(아래 표)을 받아봤습니다. 2005년 단 한 건에 불과했던 전략적 제휴가 김종갑 사장 취임 이후 크게 늘어납니다.



하이닉스 전략적 제휴 체결 현황
 

일 시

내 용

분 야

2008/08/06

뉴모닉스와 차세대 낸드플래시 협력 확대 계약 체결

낸드플래시 응용 제품

2008/07/21

실리콘화일과 포괄적 제휴협력을 위한 본계약 체결 및 경영권 인수 일정 확정

CIS

2008/07/14

국내 씨앤에스와 자동차용 반도체 제휴 협력 계약 체결

자동차용 반도체

2008/06/20

대만 파이슨과 사업협력 본계약 체결

낸드플래시 응용 제품

2008/06/18

국내 실리콘화일 경영권 인수 합의 및 협력계약 전면 개정

CIS

2008/05/08

대만 프로모스와 포괄적 제휴 협력 계약 체결

파운드리 협력

2008/04/22

대만 파이슨과 사업협력 MOU 체결

낸드플래시 응용 제품

2008/04/02

美 그란디스와 STT램 라이선스 및 공동 개발 계약 체결

STT

2008/03/20

국내 팹리스 피델릭스와 협력 계약 체결

파운드리 협력

2008/01/24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공동개발 적극 참여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2007/11/27

국내 실리콘화일과 CIS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 체결

CIS

2007/10/1

美 오보닉스와 차세대 메모리 ‘P기술 라이선스 계약 체결

P

2007/08/14

신개념 메모리 ‘Z램’ 라이센스 계약 체결

Z

2007/03/21

美 샌디스크와 특허 상호 라이센스/제품 공급 계약 체결 및 합작사 설립 양해각서 체결

플래시 메모리

2007/03/20

日 도시바와 특허 상호 라이센스 및 공급 계약 체결

특허

2005/01/13

대만 프로모스(ProMOS)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본계약 체결

파운드리


 제휴의 폭은 매우 넓습니다. 국내 작은 업체에서부터 미국이나 중국 업체들까지 다양하지요. 하이닉스가 전략적 제휴를 넓혀 나가는 이유는 것은 왜일까요. 바로 '돈' 때문입니다. 반도체는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입니다. 한 번 투자를 잘못했다간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지요. 미래 반도체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하이닉스는 미래 위험을 제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한편으로는 미래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지요.

 반도체 시장은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D램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공급과잉에 따른 메모리 시장 악화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공급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지요. 거액의 투자를 할 수 없는 하이닉스로서는 치킨게임의 패자가 되기보다는 연합 전선을 늘려나가면서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김 사장이 노린 것도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하이닉스가 갈 길은 쉽지 않아보입니다. 아이서플라이 조사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2위를 지키긴 했지만 3위인 일본의 엘피다와 격차가 3%대로 줄어들었지요. 업황 악화와 후발업체의 추격이라는 과제를 풀어나갈 하이닉스의 행보를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