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스푼으로 재는 삶... [이성과 감성 사이] 2004/07/18 13: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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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 공감하며 읽은 시를 후배의 블로그에서 찾았습니다.

T.S.엘리어트의 시 ''알프레드 프루프록크씨의 사랑 노래''입니다.

용기없는 중년, 식어버린 열정, 무게 없는 삶이 독백 속에 녹아있습니다.(권영설)

 

 

...And indeed there will be time

To wonder. " Do I dare?" and, "Do I dare?"

Time to turn back and descend the stair, with a bald spot in the middle of my hair...

Do I dare

Disturb the universe?

In a minute there is time

For decision and revisions which a minute will reverse...

For I...have known the evenings, mornings, afternoons,

I have measured out my life with coffee spoons...

 

<The Love Song of J.Alfred Prufrock  -T.S. Eliot >

 

...정말이지 시간은 있으리라.

"한번 해볼까?" "한번 해볼까?" 하고 생각할.

머리 한복판에 대머리 반점 하나 이고서 되돌아서 층계를 내려갈 시간이...

내가 한번

천지를 뒤흔들어 볼까?

한순간 속에도 시간은 있다.

또 다른 순간 뒤바꿀 결정과 수정의 시간이...

나는 저녁과 아침과 오후의 일상을 알고 있다.

나는 내 삶을 커피 스푼으로 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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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인생은 커다란 숟갈로, 아니 커다란 삽으로 측량해야 할 만큼 스케일이 크고 멋있고 위대해 보입니다. 그러나 내 삶은 겨우 조그마한 커피 스푼으로 떠내도 족할 만큼 작고 일상적이고 시시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지를 뒤흔들 새로운 시작을 꿈꾸어 보지만, 늘 여지없이 무너지곤 합니다...

 

-조선일보,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 바다보다 푸른 초대 中]

 

P.S-나 또한 조그마한 커피 스푼으로 내 삶을 떠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좋다. 한잔의 커피에도 삶의 향기는 있을테니까...(이지원)

 

***이 글을 퍼놓은 이는 저보다 10년 후배인 아줌마인데 왜 이 시를 퍼놓았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더군요.아직 삽으로 재도 모자랄만큼 자라고 있으니까 말이지요..(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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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고 묘하도다 [이성과 감성 사이] 2004/07/21 01: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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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보는 만큼 열린다.

아는 만큼 보인다.

 

묘하고 묘한 것이,

남들이 내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않는 것.

특히 책을 내고는 더 그렇다.

 

쉽게 쓸려고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아는 게 그것 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쉬운 것이라고 솔직히 얘기하면,

남들은 "겸손하다"고 좋게 말해준다.

어쩌다 잘 몰라서 쉽게 표현을 못하면,

무슨 깊은 뜻이 있는 것으로 이해해주는 분위기다.

그것은 활자의 마력일뿐.

 

초년병 시절,원고는 정말 x판으로 썼는데,

막상 신문대장 나온 걸 보면 그럴듯해 흐믓해하면,

데스크가 이렇게 깼다."그건 활자의 마력일 뿐.당신 글은 여전히 x판이야."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칼럼 하나 쓰기가 아직도 벅차다.

숨가쁘다.

부끄럽고 더 잘 쓸 수 있는데 하면서 마감에 밀려 할 수 없이 엔터를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저자가 되고,칼럼니스트가 되고 보니,그리고 여전히 활자의 마력이라는 장치를 쓰다보니 그저 그렇게 묘하게 숨어서 지내고 있다.

 

속을 보면 여전히 깡통이다.

좋아하는 것 리스트를 적고보니,왕창 지우고 싶을 정도로 내 속을 다 들킨 듯하다.

내 사는게 이리 단순하고 바보같고 소시민적이요 밝힌 건 진실인데,

창피할 정도로 단순하고 바보같고 소시민적이다.

 

고전도 안 읽었고 현대문학도 제꼈고 외국책은 일 때문에 할 수 없이 최근에 조금 봤다.

그렇게 부족한 것을 솔직한 것을 핑계로 대충 지나가고 있다.

시간을 쪼개 겁나게 많은 책을 읽고 사색을 많이 하거나,

아니면 그저 솔직을 무기로 버텨보는 길이 남았다.

어떤 길을 택할거나.

문제가 던져지면 바짝 머리를 짜내 사는 즉흥적인 삶.

나는 정말 그런거 아닌가...

 

이렇게 써놓아도 또 겸양떤다고들 여기는 것 아닐까.

참 묘하고 묘하다.

마감 원고만 앞에 있으면 왜 이리 잡생각이 나는지,

쓰고 잘까,자고 쓸까.무슨 차이가 있을까.

묘하고 묘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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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사이 1 [이성과 감성 사이] 2004/07/24 23: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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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사이 1

 

부끄러운 노릇이다

감정이란 건 원래 속에 있었어야 했다

감춰진 채로

드러나지 않은 대로

지금이든 나중이든 알 수 없는 것으로

 

인간이 만든 문화는

부끄러운 육체와 욕정,그리고 겉잡을 수 없는 감정을

옷과 말과 이성으로 포장한 것

왜 사람들이 앞다퉈 옷을 벗지 않았는지

드러나지 않을수록

숨길수록

더욱 소중한 것이 있음을

진작부터 그랬듯이

나는 알았어야 했다

 

뿌려버린 속마음은

스스로의 올가미가 돼

내 옷을 벗기고

나를 꽁꽁 묶는다

 

부끄러운 노릇이다

남에겐 너무도 떳떳하지만

스스로에게 한없이 부끄러운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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