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와 경영혁신 [경영업그레이드] 2008/07/03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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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GE와 경영혁신

 

경영혁신이론의 유효성은 누가 검증하는가. 바로 기업이다. 기업이 적용해 성과를 내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세계1등 기업 GE가 활용하는 혁신도구에는 항상 관심이 쏠린다. 경영혁신방법론들은 "GE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전임회장인 잭 웰치가 1980년대 했다는 "시장에서 1등 혹은 2등이 아니라면 뜯어고치거나 문을 닫거나 팔아버려라"는 말은 이미 초기에 사라진 구호인데도 여전히 전 세계 경영자들이 경구로 인용하고 있는 단골메뉴다. 웰치는 당시 각 부문 경영자들이 실제로 1,2등이 아닌데도 팔아치우지 않고 오히려 시장을 좁게 정의해 억지로 1,2등을 만들어놓는 것을 보고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시장을 전 세계로 넓게 정의하고 그 안에서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높이라고 강조하면서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다. 잘 알려진 6시그마를 도입한 것은 1996년이었다. 웰치는 당시 30만명이 넘는 GE의 전 직원을 공통의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6시그마를 품질측정도구로 내세우고 그린벨트 블랙벨트 마스터벨트 하는 식으로 등급까지 만들어 교육성과 극대화에도 만전을 기했다. GE의 이런 모든 경영혁신 발전 과정은 전세계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국내만 봐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6시그마를 도입해 최고의 경영혁신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 분위기는 현 회장인 제프리 이멜트 시절에도 변함이 없다. 최근 방한했던 이멜트 회장은 경영자 대상 강연회에서 "6시그마를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GE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린(Lean) 6시그마"라며 선을 그었다. GE가 새로운 혁신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당시 놀라는 경영자들이 많았다. 린이란 현재의 낭비를 제거하는 끊임 없는 활동을 통해 기업을 날씬하고 날렵한 상태로 만들어가는 혁신을 뜻한다.

 1990년 MIT의 워맥 교수가 도요타생산시스템(TPS)을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이라고 설명하며 '군살없고 날씬하며 낭비가 없는 생산시스템'이란 뜻으로 린생산방식이라고 명명했다.

국내에는 최근에야 알려지게 됐지만 사실 이 변화는 이멜트 체제 초기부터 추진된 활동이었다. 2004년 연례보고서에서 이멜트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린6시그마라는 새로운 분야를 강조하고 있다. 6시그마 문제해결방식에 사이클타임을 줄이는 린방식을 접목했다. 지난 2년 동안 이 방식이 27억달러의 재무성과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GE가 린6시그마 방식을 도입해 안착시켰다는 것은 품질운동에 이제 스피드 개념이 더 들어간 것으로 보면 된다. GE의 영향력을 고려해볼 때 국내에서도 린6시그마와 린방식이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해보인다.

변수는 있다. 올 들어 경영실적이 나빠지면서 잭 웰치가 TV에 출연해 이멜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 대표적 예다. 웰치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GE 내부에서도 품질보다는 마케팅과 고객중심경영에 관심이 많았던 이멜트의 노선에 대한 거부감이 커질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세계 최고의 기업 GE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끊임 없이 경영혁신방법론을 손질해가며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법정에서 했다는 말 그대로 "세계1위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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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전스 다이버전스 [경영업그레이드] 2008/06/19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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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컨버전스 다이버전스

 

 융합 혹은 복합을 의미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는 21세기 들면서 디지털 기기를 포함한 제품과 서비스의 대세로 인정받아 온 화두다. 사진도 찍을 수 있고 TV도 볼 수 있으며 음악도 들을 수 있는 휴대폰이 디지털 컨버전스의 상징이다. 니콜라스 니그로폰테 MIT미디어랩 이사장은 컨버전스를 "과거에는 서로 다른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거나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컨버전스를 주도하려는 비즈니스 세계의 경쟁도 치열하다. TV는 홈네트워크와 연계해 생활의 주도기기가 되려 하고,PC는 대형 모니터를 앞세워 TV를 밀어내려 하고 있다. 점입가경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휴대기기들의 싸움판 저 뒤에,방송과 통신이 하드웨어→콘텐츠→네트워크→서비스 등으로 이어지는 영토 전체를 장악하기 위해 대회전을 벌이고 있다.

 미래의 모습도 큰 궤를 벗어나지 않는다. 몸속에 칩을 내장해 사람들 스스로 컨버전스 기기가 되는 시대도 영화에서는 그려지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만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이 이미 컨버전스의 물결 속에 있다. 서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까지 할 수 있으니 삶의 공간에도 거리의 벽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직장인의 덕목으로도 컨버전스가 강요되고 있다. 1인다역,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하는 현상 말이다. 최근 촛불집회를 보면서는 여론이라는 것도 같은 경향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다양한 의견들이 순식간에 하나의 아젠다로 수렴되니 말이다.

 컨버전스의 원래 뜻 그대로 '한점으로 모아진다'.다양성이라는 가치는 이미 수많은 논의를 거쳤다는 이유로 쉽게 무시되고 만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 같던 컨버전스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이미 다른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다양한 분화 현상을 일컫는 다이버전스(divergence)다. 융합,복합이 아니라 다시 예전의 '단품' 중심의 트렌드가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통화만 되는 휴대폰,사진만 잘 찍히는 카메라,시간만 알려주는 시계 등에 기업들이 '새삼스럽게'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소비자들 때문이다. 서로가 자기가 중심이라고 주장하는 기업들과는 달리 컨버전스의 중심은 결국 소비자요 시장일 뿐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얻기 위해 돈을 낸다. 소비자들이 손에 들고 싶어하는 것이 과연 휴대폰+TV+라디오+카메라+게임기 등의 복합체일까. 통화만 되는 휴대폰을 갖고 싶은데 '쓸 데 없는' 기능들이 덕지덕지 붙어 비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과연 없을까. 중년 이상의 소비자에겐 심플한 기능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상식적인 질문을 못하는 기업들이 오히려 컨버전스를 전가의 보도인 양 휘두르고 있다. 속도가 너무 빨라 고객의 기대치를 넘어서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것저것 섞어넣다보니 불필요한 것이 들어가고 비싸지는 것이다.
오버슈팅(overshooting:초과만족)은 자멸의 길이 될 뿐이다. 경제는 구호와 투쟁으로 살리는 것이 아니라,시장을 읽고 미래를 예측해 새 상품을 내놓고,열심히 팔면서 그것도 운이 좋을 때 겨우 살릴 수 있다.

컨버전스 다이버전스는 어쩌면 그 다음 문제일지 모른다.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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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대의 경영 [경영업그레이드] 2008/06/05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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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불안한 시대의 경영

 

2002년 여름, 출판사와 음반사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책도 음반도 도대체 팔리지가 않았다.월드컵 때문이었다. 책이나 음반과는 경쟁이 된다고 생각지 않았던 곳에서 복병을 만났던 것이다.경쟁이 이처럼 업종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기업 경영에는 리스크가 점점 더 커져간다. 비슷한 일이 최근 벌어지고 있다.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다.

 연일 시위가 계속되면서 책도 안 팔리고 음반도 안 나가고 택시영업도 술장사도 안 된다. 월드컵 때와 다른 점은 외부적 상황과 겹치면서 불안감이 더 커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고유가 고원자재값 고환율 고물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고 어느 것 하나 단기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기업은 환경적응업이라고들 한다. 그러니 이런 때일수록 변화의 본질을 빨리 파악하고 기회를 활용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쇠고기 정국에서도 기업은 분명 배울 것이 있다.

 바로 새로 나타난 소비자 집단의 특성이다. 많은 이들이 정부가 이번 촛불집회에 아마추어적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하지만 경험 많은 관료들이 대응했다면 달랐을까? 결과는 매한가지였을 것이다.초기에 이 집회가 이 정도로까지 확대될 줄은 참가자 자신들도 잘 몰랐던 것 아닌가. 인터넷이라는 다원화 네트워크의 잠재력을 짐작조차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촛불집회는 네트워킹의 힘과 새로운 소비자 파워를 그대로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인터넷은 항시 연결을 위해 일방통신이 아니라 다원화 소통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하나의 '방송국'이 무너지더라도 다른 '방송국'들이 전파를 쏘면 되는 식이다. 촛불집회가 이렇게 인터넷을 닮은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배후'가 있다고 하기도,없다고 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참여하는 사람들 스스로도 방향만 짐작할 뿐 결과가 어찌될지는 알 도리가 없다. 일방향,쌍방향을 넘어 다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

'위험한' 시위현장에 아이들이 나오고, 할머니가 등장하고,가족들이 '소풍'을 오는 현상은 다원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정치권도, 노동계도 오히려 뒷차를 탔을 뿐이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에너지 덩어리가 바로 새로운 소비자집단이다. 방향은 순간순간의 사건과 이벤트가 결정한다. 이런 집단은 감성적이다. 집단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개인의 개성을 죽이지는 않는다. 이벤트에 열광하고 때로는 공격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의미를 찾는다. 이들을 묶는 한마디가 바로 다원화 네트워크다. 이것이 백화점이나 상가 대신 인터넷 쇼핑몰과 직거래 사이트, 경매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주류 고객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대박'상품, 스타 혹은 '집단 왕따'도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런 집단을 상대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바로 솔직함이요,투명경영이다. 꼬투리를 잡힐 수 있는 말이 아니라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진심이다. 정부가 새롭게 나타난 이 국민들을 상대할 때 잊어서는 안되는 대목이요, 기업들이 업데이트해야 할 고객들의 새로운 신상명세다. 새로운 기회는 불안정함 속에 숨어있기도 하는 것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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